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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기획] 나는 어떻게 여행하고 싶을까? - 사이드 프로젝트의 첫 스텝 "서비스 컨셉 정하기"

삐뿌뺴뿌 2024. 6. 28. 23:30


트리브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트리브의 시초 두 명의 교환학생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각자 미국,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 있는 상황에서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단기간으로 잠시 다녀오던 과거의 여행과 다른 점을 많이 느꼈다.

예를 들면, 장기간 여행에서는 숙소도 여러 번 옮겨야 하고, 비행기도 한 번 이상 타야한다. 게다가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닌 경우에는 신경 쓸 부분이 대폭 증가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여행은 여행지를 아는 것보다 나에 대해, 그리고 나와 같이 여행을 갈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를 해볼까?라는 전화 한 통으로 트리브가 시작되었다.

 

 

 

#서비스 컨셉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시장조사

그 당시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사람"을 고려한 여행앱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하는 사람을 키포인트로 잡고 트리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총 134명의 사람을 통해 여행에서의 안 맞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충을 알려주었다. 우리 생각보다도 고충이 더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MBTI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이해해보기 위해서,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그 외의 각자의 목적으로 MBTI를 탐구하고 있었다.

여행에 관련해서도 사람을 유형화해서 이해할 수 있다면 여행이 더 편리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만을 위한 유형을 만들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로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다.

 

 

 

#컨셉 구체화 1_여행할 때의 나는 어떤 사람?

1) 질문 만들기

처음에는 MBTI로 여행 유형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질문의 수가 엄청 많이 필요했다.

물론, 아주 간소화해서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짧은 질문으로는 결과가 변별력 있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당시 심리학 복수전공을 하고 있어서, 교수님의 "MBTI는 성격심리학의 이론이 아닙니다.." 라는 말에 세뇌를 당해 진짜 심리학 이론을 사용하자는 결심으로 성격의 Big5 이론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쯤에서 짧게 Big5 이론을 알아보자.

 

 

Big5란 인간의 성격을 5가지의 상호 독립적인 요인으로 설명하는 모형이다. 전세계 성격심리학자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검증된 이론으로, 제대로 검사를 하려면 아주 두꺼운 매뉴얼이 필요할 정도로 정교하다. 결과는 게임의 스탯처럼 나온다. 즉, 사람은 각 성격 특성을 스펙트럼으로 가진다는 것이다. 다섯가지의 특성은 개방성,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이다. 

(졸업한 지 꽤 돼서 설명이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

 

 

이 이론을 바탕으로 50가지의 문항을 만들었고, 결과로 나올 유형을 10가지로 정리해 캐릭터로 만들었다.

 

여행 성격 유형 스케치

 



2) 유형 만들기 (11가지의 캐릭터 창작)

작명의 기본 아이디어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을 붙여주는 게 재미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광광 우럭다.. 다그닥다그닥(말) 등 말장난을 하다가 

 

아예 랜덤 형식을 고려했는데, 재밌는 단어 떠올리기를 해보다가 한계에 부딪혔다.

차선책으로 각 캐릭터 이름은 [형용사+동물]로 형식을 고정하고, 대신 동물과 형용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으로 붙이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트리브의 11가지 여행 유형 캐릭터들

여행 유형 캐릭터 일러스트

 

캐릭터 만들 때 가장 걱정한 게, 어쨌든 이것이 사람의 성격 유형에 대한 테스트이기 때문에 정작 사용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 말짱 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변명 아닌 변명으로) 문항 개수를 더 줄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50개가 되었고, 중간에도 줄이려고 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결국 문장만 다듬고 문항은 줄이지 못했다.

 

첫 테스트 대상이 되어준 그 당시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다행히도 꽤나 좋은 평가를 해주었다.

나도 종종 내 성격이 좀 바뀐 거 같은데? 싶을 때마다 새로 해봤는데, 그때마다 그때의 나와 맞는 결과가 나와서 흡족했다.

여행 유형 검사 실제 앱 화면




3)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을 얘기해보자면, 우리 서비스 출시 이후로 아주 여러가지의 카테고리로 유형 분석하는 서비스(나와 비슷한 쿵야 찾기, 직장인 MBTI 등)가 나왔는데, MBTI 문화가 발전하니 몇 문제 안 풀어도 꽤나 비슷하게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많아졌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나도 우리 문항을 좀 줄이고 싶었는데, 그게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할 수가 없어서 (여러 번 테스트하면 알 수 있었겠지만 그 공수를 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 핑계고~)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다.

몇몇 사용자에게는 분명 50개의 문항이 부담으로 작용하여 서비스 진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을 거라서 마음의 짐이 되었다. 나에게 심리학이 아주 조금 배운 지식일 뿐이라 더 파고들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해준 사용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컨셉 구체화2_우리는 어떻게 맞춰가야 할까?

1) 여행 스타일 체크

서로의 여행 성격은 알았다고 해서 삐걱대던 여행이 딱딱 맞을 수는 없다. 서로 배려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하면 그것도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부모님 여행 십계명 같이, 여행 전에 약간의 약속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약속을 구현한 게 [여행스타일검사]다.

 

 

원하는 여행 컨셉과 활동시간, 식습관, 예산, 숙소, 교통수단 등을 각자 작성하면,

얼마나 일치하는지 일치하지 않는지를 알려준다.

이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 여행 가서 괜히 싸우거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너무 다 검사 검사 하는 서비스인 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맞다. 트리브를 시작한 두 명이 J다.

 

그리고 완전 극대문자 J는 극한의 서비스까지 추가시킨다...

 

2) 서약서

앞서 여행스타일 검사가 약속의 차원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극한의 J인 개발자는 "안 지키면 어떡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탄생한 서비스가 서약서이다.

 

서약서라는 기능은 우리가 합의한 내용 잘 지키기로 서로 한 번 더 약속하는 기능이다.

거기에는 안 지킬 시에 어떤 벌칙을 수행할지도 적는다.

(지금 와서 보니, 조금 집착하는 거 같다)

 

벌칙을 정하다못해 서명까지 있는 걸 봐선 집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서약서까지 써서 다녀온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최후의 수단까지 마련해두었다.

 

싸우지 않고 여행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많이 커진 것 같다..

 

 

 

 

#마무리

이렇게 하나씩 돌이켜보니 알게 되었다.

싸우지 않고 여행하기!가 마치 "싸우지 않기 계약서"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무튼, 한 가지 아이디어로 서비스가 어떻게 커지는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이걸 다 읽어본 사람도 경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여러분 트리브 쓰시고 여행할 때 싸우지 마세요~ 

 

 

다음에 읽으면 좋을 글은 저의 다른 글입니다! 트리브에서 기획자로서 했던 모든 일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우당탕탕 기획자로 살아남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