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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몬/기획] [Regret편] 이렇게 하면 알.잘.딱.깔.센 기획자 된다-현업 병행러들을 위한 지침서

이니마요 2024. 6. 30. 18:34


<제 2편: Regret> 이렇게 하면 알.잘.딱.깔.센 기획자 된다-현업 병행러들을 위한 지침서

 



안니옹하세요 2탄으로 돌아왔습니다. 2탄은 바로 Regret 후회하다인 데요... 과연 어떤 걸 후회했을까요?
 
트리브를 하며 가장 큰 깨달음은 "난 게으르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욕심도 많은 사람"인 것도 깨달았죠.
이 두 가지는 만나서 저를 매일 괴롭혔어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트리브에서 어떤 과제를 맡으면 아래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 초긍정 상태: 아 유저들은 이런거 불편하겠다~ 아 요즘 이런 UI가 대세이던데 이렇게 바꿔볼까
  • 초초긍정상태: 회의에서 초특급 기획 개선 과제를 할 거라고 선언. 모두에게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응 ㅋㅋ 저 할 수 있어요 발언
  • 게으름 발생: 음.. 근데 생각보다 고칠 것도 많고 사실 이거 안 고친다고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음...
  • 식은땀 발생: ㅠㅠ 하기 싫어하기 싫어 (전날) 그래도 해야지.. 근데 아.. 왜 이렇게 많지.. 
     
    를 반복하다가 맨날 기획에 

"Big 구멍 발생/일정 미준수/기획 목표의 0.1% 도달"

 
 
여하튼 이러한 시행착오를 약 3년을 겪고 나니 후회한 만큼 깨달은 점도 있습니다.
 
 


 

|  1.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과 시간을 생각해서 업무 산정을 하자

 
  돈 받고 하는 생업에서도 난 하나(only one)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은 정해져있죠. 근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무급에다가 생업만큼의 열정을 쏟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개인의 역량잉여 시간을 고려해서 사.프의 업무를 배분하고 공통의 목표를 세우는게 중요했습니다.
 


|  2.  모든 걸 다 개선할 수 없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자

   저 말고도 많은 트리브 구성원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였는데요. 바로 '보태보태병'입니다.
음 이것도 고치고 싶고 음 이것도 중요해 보이고 음~이것도 개선하면 멋져 보이겠는데 가 모여서 커다란 눈사람이 돼버린 사건들이죠. 1번에서 말했듯이 현업도 아닌데 아무 생각 없이 '제가 다 해보겠습니다!' 선언해버리면 결국 해당 프로젝트 막판에 가서 포기 발언을 하기가 너무 쉽더라고요. 이런 행동이 한두 번은 괜찮지만 반복되면 같이 하는 사람들도 사기가 사라지고 제 스스로도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건 다 나열해보는 시간은 중요하지만 프로덕트에 가장 중요하고 크리티컬 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세워서 과제를 진행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  3.  처음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면 그때그때 목표를 바꿔라

  다들 처음은 거창하잖아요? 이것도 해보고싶고 막 트리브로 유저들에게 인생 여행 만들어주고싶고. 하지만 늘 잊지말아야합니다.
'유한한 인력, 유한한 리소스, 유한한 시간' 잊지 맙시다. 만약 처음 세운 목표가 일정 상 불가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면 그때그때 팀원들에게 공유해서 목표를 바꾸든 범위를 줄이든 일정을 늘리든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바꿔가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괜히 억지로 첫 목표를 달성해 보겠다고 끙끙 앓는 건 더 위험한 거 같아요.
 
 
 

지금 트리브를 한창 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창 triv를 하던 시절로 지금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의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하나에 집중하자"
"해야지 해야지 미루지 말고 당장 하자"
"과한 욕심은 버리자"
 

 
후회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최근 진행한 기록이라는 신규 피처 기획 프로젝트 때문이죠.
어느 정도 triv가 고도화된 시기였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를 여행 갈 때만 쓰는 일시적인 앱이 아닌 항상 방문하는 앱을 만들까?라는 고민이 이었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MAU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1. 자체 콘텐츠를 앱 내에 발행했기 2. 홈에 콘텐츠 노출이 높여서 시선을 잡기 이렇게 두 개가 추려졌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쓰는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지금이었으면 GPT한테 써달라고 따졌을 듯) 매일매일 돌아가는 앱처럼 콘텐츠를 찍어낼 순 없어서 다른 방안을 검토해 봤습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기록'이었고 유저들이 단순히 여행 계획 세우기만을 위해 서비스를 사용하면 지속성이 떨어지기에 친구들과 여행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록할 수 있는 피처를 신규 기획하게 됩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여행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앱에 방문할 것이고, 기록했던 걸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우리 어플을 들어와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여행 계획과 달리 '기록'은 좀 더 가볍고 키치 한 느낌을 내자 해서 이것저것 레퍼런스도 많이 보고 거창하게 시도했으나 생각보다 이 기능만 튀게 만들 순 없었고 UX writing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기록의 질문지를 '키치'하게 짜는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구도 문구였지만, 그래픽 스타일들도 기존 공통 스타일에서 너무 벗어나서는 안되고, 하지만 또 키치 콘셉트는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초기 콘셉트를 확정하는데 굉장히 그래픽 디자이너와 난항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디자인/기획 가이드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있다 보니 계속 보다 보니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들고 일단 급한 다른 과제부터 하다 보니 그래 이건 좀 더 뒤에 하자, 한 주만 미루자... 하다 보니 어느새 엄청나게 우선순위가 밀려버렸고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다가 같이 하던 디자이너가 잠시 사정상 그만두게 되어 영영 보물창고 속에 들어가 버린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ㅠㅠ)

 

다시 기획서나 디자인 가이드를 보면 사실 어느 정도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상에 나오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 과한 욕심을 내다보니 계속 완성도만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제일 필요했던 추진력을 잃어서입니다.
 
 
사실 후회를 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인간은 늘 후회하고 반성하고 근데 또 망각하는 동물이니까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우선순위와 나의 상황(리소스) 그리고 함께 하는 동료 사정을 고려하여 청사진을 잘 꾸리는 게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먼저 시도해 보고 대충이라도 만들어보고 해 보면서 고치는 습관도 중요한 거 같아요.
 
기획자로서 늘 느끼는 거지만 모든 user의 마음과 에러 케이스와 예외 케이스와 대비하지 않은 이슈(ex. 서버 폭파)는 미리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최소한 해야 하는 것만 얼른 기획하고 디자인 입혀보고 또 고치고 개발 반영하면서 또 업데이트하고 이런 우선 시도를 하는 태도가 참 기획자에게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레슨런을 적어내려가는 3년차 사회인

 
 
다들 이 글을 읽고 ‘설마 쟤 아직도 후회만 하고 사나?’ 싶을 것 같아서 3년 차 UX디자이너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잠깐 소개합니다.
 

|  보여줄게 3년차의 달라진 업무 자세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인하우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건 ‘일정 관리’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일정 상 안될 가능성이 많고 프로덕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일정 준수는 가끔은 양립할 수 없는 어떤..불가항적인 존재같다랄까요? 아직 미숙하지만 트리브에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로 저만의 일정 준수를 위한 업무 규칙을 세웠습니다. 메일/메신저/보고/리뷰 및 피드백 등등 한 업무에 대해 해야할 일을 쭉 적습니다. 저는 보통 아래 표처럼 정리를 하는데요.
 

 

No 개수 (얼마나 쌓였는지 수치적으로 판단하기 위함)
내용 요약 간단히 할일이 어떠한 것인지 요약해서 적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안적어두면 또 관련된 회의록보고 링크보느라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관련 링크/회의록 메신저나 메일이라면 캡처해서 넣고 이슈라면 링크를 넣습니다.
타깃 일정 가장 중요!!!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적습니다. 보통 이것을 역산해서 제 작업이 언제 이뤄져야하는지 계산하는 편이죠.
UX 개선방향 어떻게 이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하는게 현명한지, 경쟁사를 참고하며 이렇게 개선되어야겠다를 작성합니다.
협의사항 아주 간단한 건은 개발자/기획자랑 말안하고 넣고 이거 해주세염하면 되지만 조금 ‘음..큰데?’ 싶은건 얼른 정리해서 메일/메신저/회의를 통해서 말해줘야합니다. 저는 늘 다 완성하고 공유해야지! 파였는데 트리브를 하면서도 업무 하면서도 느꼈지만 조금만 완성되면 그냥 빨리 공유하고 매맞는게 좋습니다. 그래서 협의가 필요해보이면 이런 사람이랑 언제 협의를 했고 이런 결론이 남. 이라고 간단히 적어둡니다. 
작업 여부 개선방향과 협의사항 바탕으로 제가 작업을 했는지 여부를 체크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신머리도 없고 다양한 업무를 하는 편이라서 이걸 체크안해두면 까먹거든요…
릴리즈 여부 변경점을 업데이트한 문서나 메일 같은 것을 유관부서에게 보냈나 체크합니다.

 
 
  이렇게 적고나면 대충 업무의 윤곽이 들어납니다. 한 두개면 딱히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지만 5개가 넘어가면 중요한 순서를 생각해보입니다. 저는 1) 타깃 일정이 언제인가? 2) 누가 지시한건가? (임원이면 긴급사항이니까) 3) 내가 얼마나 공수를 들여야하는 작업인가? 이 순서대로 생각해봅니다. 각 기준의 경중은 아직 잘 못따지겠지만 2)를 제일 중요시, 1)은 60% 3)은 40%정도 가중치를 두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산정하면 작업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트리브 할 때는 할 일을 이것저것 하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덜 질린다는 장점은 있지만 어쩌다 보니 10개가 모두 10%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던 적이 꽤 있어서 전체적으로 작업의 질이 떨어진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업에서는 하나의 일을 할 때 거기에 집중해서 몰두하고 80% 정도 완성의 윤곽이 보이면 다음 일로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트리브하며 가장 후회했던 ‘모든 걸 다 고치자!’ 습관은 정말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내 새끼고 내 프로덕트니까 세상 최고의 컨디션으로 세상에 나갔으면 하는 게 어미의 심정이라지만… UX라는 게 어제와 오늘과 10일 뒤는 다르더라고요. 1+1=2처럼 정답이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보면 좋고 누가 보면 이상한 분야라 지금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어!라는 욕심은 애진작에 바다에 던졌습니다.

 

 
 
이제는 최선은 다하되, 무식하게 너무 붙잡고 있진 않습니다. 다음 날 보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고 리뷰를 하다 보면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을 내 동료가 자세히 말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트리브를 통해 겪은 후회로 바뀐 제 업무 태도입니다. 트리브로 다진 수많은 시행착오와 후회 덕분에 나름 현업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인데요, 트리브 하며 과한 욕심 때문에 건강 개나 주라고 태도로 밤샘하며 작업을 했던 게 어쩌면 사이드 프로젝트여서, 우리가 좀 어려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끔 주어진 일을 하며 주어진 리소스에서 제한된 일을 하는 회사에서 자유롭고 패기 넘치던 트리브가 그리워지는 건 무슨 감정일까요?

후회하는 글을 쭉 적다보니 정말 팬티를 머리에 쓰고 동네한바퀴를 도는듯한 수치심이 드네요. 다음편은 팬티를 다시 똑바로 입고 조금은 멋있는 옷을 입은 사람으로 돌아오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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