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트리브 귀염둥이 막내였는데, 어느덧 고인물이 되어버린 제가 트리브 고릿짝 시절을 공개해볼까해요. 후후
제 인생 사담과 성장 일기도 많이 곁들일 예정이니 참고 부탁하고요, 시작해보겠습니다.
4월 12일 합류
학과 전공 수업인 콘텐츠시스템프로젝트에서 저는 여행벗 (트리브 과거 이름)과는 다른팀이었습니다.
(중도 휴학이란걸 했지만) 어찌어찌 잘 마무리하고, 저는 휴식기에 들어갔어요. 계획도 없이 휴학해버린 탓에 집에서 밥 먹고, 쉬고, 블로그나 좀 쓰고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yoo 언니가 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어요.
아이패드 활용법에 대해 쓴 글이었는데...
갑자기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다음날 아주 저돌적으로 전화가 왔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Y : 요즘 머해?
G : ... 저 휴학했어요
Y : 휴학하고 머해?
G : ... 집에 있는데요?
Y : 혹시 진로 어느쪽으로 생각해?
G : ... UIUX..?
사실 뻥이에요. 명확하게 UI/UX로 가야겠다고 다짐까진 안했지만, 그냥 아무생각 없는걸 티내기 싫어서 학교에서 해 본 것 중에 제일 재밌었던걸 말했습니다.
Y : ㅎㅎㅎㅎㅎ 그럼 우리랑 일하자
G : 예?
그렇게 전 트리브 톡방에 들어왔어요.
그 때 저 언니의 추진력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굴러온 돌인 저에게 "뉴돌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붙여주고, 뉴돌 캐릭터도 그려준 따듯함이 제법 고마웠습니다.
언니들만 3명 있는 모임에 들어가서 뭔가를 해내야한다는게,, 심지어 나름의 스카웃(?)을 당했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긴 했는데,,
걱정은 무슨..
팀 이름이 "우당탕탕 친구들"이라는거에요...
심지어 뒤에 "뻥아님" 이러고…
합류 축하노래링크,,
이 언니들.. 뭐지..?싶은 마음에 부담감은 싸악 내려갔죠.
나름의 보답(?) 으로 귀여운 일기로 잘 기억해뒀습니다. 회고 쓰면서 당시 썼던 아이패드 일기를 많이 봤는데, 쓰길 잘했네요.
정말 사담이지만 사실 당시에 어쨌든 중도휴학을 할 만큼 마음도 많이 힘들었던 때라 부담이 꽤나 있었는데, 옆에서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도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물론 위 사진에서 그만둔다 어쩐다 얘기는 다 봉사랑 인턴 머 그런것들입니다.
4월, 울고싶었던 첫 과제
처음 주어진 과제는 여행 스타일 검사 결과보고서 페이지를 "재밌게!" 구상해봐라,, 였습니다.
솔직히 막막함이 컸습니다. 일단 나는 웃수저도 아닌데다,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맞추면서,, 재밌게,,,?
심지어 동물들은 귀염뽀짝한데,,, 이걸 가지고,,,?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건 짤에 동물을 합성하는거였어요. 하지만 짤에는 저작권이 있으니,,
그림은 그리지 못하는 제가 아이패드로 열심히 짤 선을 따고, 동물을 나름 입혀봤는데, 진짜 최악이더라고요.
어떻게든 보여주긴 해야겠고,,, 막둥이의 귀여움으로 승부를 보자! 해서 피그마에 장난질만 열심히 쳤습니다.
언니들의 당황한 반응을 전 분명 알아챘지만, 언니들은 착했어요. "다시 해"라는 말을 엄청 빙빙 돌려서 말하더라구요. 사실 언니들이 제대로 문제점을 짚어주긴 했습니다. "재밌게"라는 단어에 느꼈던 압박감이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났나봐요.
무튼 마음의 짐을 한결 내려놨더니 점점 괜찮은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고, 나름 자신감도 조금씩 생겼어요.
개인적으로는, 사실 당시 마음이 많이 힘들고 복잡했던 때였는데, 언니들이랑 매일매일 카톡방에서 떠드는게 새롭고 재밌었어요. 그 즈음 웃고있는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새로운 캐릭터들 (언니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나를 넘 편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에 안정을 많이 받았던거같습니다. 종종 나는 어쩌다 트리브에 진심이 됐을까,라는 궁금증에서 답을 찾지 못했는데 아마도 이 때의 무의식이 오래 남아있는거같네요.
사업이라는 수식어
처음에는, 여행벗으로 돈을 벌어보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여러 사업지원금 등에 도전을 했었습니다. 진~짜 글 쓰는거 싫어하는데 사업제안서를 만들어야해서 고통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덕분에 중간에 자체(?) 명함을 만들 기회도 있었어요.
운 좋게 디캠프 2차 면접도 보고, 교내 ORDA 창업 동아리에 선발되어서 산학협력관, 위워크 등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IT와 사업에 대해 1도 모르는 우리가 가진건 뭔가를 해보고자하는 열정과 패기 뿐이었던거같습니다. 물론 그 둘이 엄청났기에, 딱히 크게 좌절한다거나 절망하진 않았어요. 덕분에 계속 이것저것 도전하고, 알아갈 수 있었고 사실 뭔가 크게 된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하고있다"라는 사실에 내심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막내 기 안죽이려고 노력한 언니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당연하고요.
그래도 본질은 앱출시
앱 출시를 위한 본질도 놓지 않았습니다. 강의에서 키 스크린만 몇개 만들어본게 다였던 사람이 디테일한 조건을 설정하고 예외사항을 생각하는건 생각보단 쉽지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면서 개발자인 유진언니와 급격하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바로 둘 다 디테일에 미친 변태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화자찬의 말을 둘러 말한 "변태"가 아니고,, 둘 다 그냥 광기넘치는 사람이었달까.
무려 개발자가 트랜지션을 통일해달라는 요청을 디자이너에게 하고, 이제 막 들어온 디자이너는 앱 전체의 플로우를 재작성하고, 플로우마다 일일이 어떻게 구현되어있는지 확인하고 규칙을 찾았어요. 그 쯤 부터 언니들이 저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한거같긴합니다만... 예외없는 규칙을 만든다는게 생각보다 짜릿했어요.
다정한 친구들 덕분에 나아감
찐 UX 디자이너가 된 지금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제일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왜 제일 어려웠냐면, 나도 모르게 사용자보다는 내가 디자인하기 편하게, 개발자가 개발하기 편하게, 제약이 없게 구성을 하는 습관이 조금씩 생기면서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내가 객관성을 잃어버렸단 사실 자체를 깨닫기가 생각보다 쉽지않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멋쟁이 yoo 언니가 베타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주변 친구들을 모아모아 베타 테스트를 부탁했어요. 다정한 친구들이 한달음에 달려와줬고, 덕분에 to do list는 쌓여가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피곤하다거나 허탈함이 있진 않았던거같아요 (끝나고 바로 신촌으로 술 먹으러간거 보면).
출시가 미뤄진다는 사실에 초조해지긴했지만 뭐 어떱니까.. 어차피 뚜렷한 목표는 없었어요ㅎ
앗차차, YUZA 언니를 잊을뻔 했네요. 초반 추천여행지의 틀과 분위기를 잡아준 숨은 공신입니다. 콘텐츠에는 자신이 (물론 시간도) 없었던 저희는 언니에게 부탁을 했고, 언니는 흔쾌히 몇개의 글을 뚝딱 써줬습니다. 이것도 잊고있던 사실인데, 돌이켜보니 정말 우리에게 내 준 그 시간과 정성에 감사하네요.
틈틈히 언니들이랑 친해지기
저는 분명 4월에 들어왔는데,, 코로나 이슈와 뭐 기타등등 이슈로 제 합류 환영파티는 7월에서야 하게 됐습니다. (물론 회의를 곁들인)
그런데 아뿔싸!ㅋ
전날 제가 술을 거하게 마셔버렸지뭐에요. 아마 인생에서 가장 많이 먹은 날 같습니다. 사당에서 예전 동아리 친구들과 인당 3-4병 가량을 먹은 저는 숙취에 죽어갔고, 결국 다음날 제 환영파티에 거하게 지각했어요. 우야겠어요. 가고뭉치 캐릭터를 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천사같은 언니들은.. 크게 뭐라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정확하진 않지만 yoo 언니도 숙취 이슈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술을 생략해주진않더라고요. 그래도 환영파티라 술을 잘 먹지 않는 도키언니도 간술에 응했기에 칵테일을 먹으러 갔습니다. 최대한 멀쩡한척 노력했지만 죽고싶었어요. 하지만 내 환영 파티니까...
우리팀의 또 귀여운 점 중 하나. 저희는 제법 자기모에화를 잘했습니다. (ㅋㅋ) 개발자 소개는 꼭! 들어가야한다며, 귀엽고 뽀짝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림 못그리는 fake 디자이너 (me)와는 달리 혬 언니는 그림을 정말 잘 그렸기에, 우리 캐릭터도 그려줬어요. 팀 내 첫 대졸자 유진언니, 집순이 지인언니, 합류 4개월 째에도 여전히 뉴돌이었던 저희 뿐만 아니라, 여행벗의 시작이었던 수업의 교수님들과 YUZA언니까지 뚝딱 표현해서 귀여운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았습니다.
세상에 알리자!
아무래도 출시를 앞두면서, 어떻게 세상을 알릴까 고민도 많이했었죠. 인스타 계정을 만드는건 ^응당^ 해야하는 일 같았기에 첫 홍보수단으로 정했습니다.
.. 물론 가장 처음 마주한 위기는 작명이었습니다. 당시 '여행벗'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표현하기 쉽지않았거든요.
앱 디자인도 해야하는데 인스타 이미지까지 만들어야한다니. 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 사람은 적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각자의 열정은 각가 150%였는지 어찌어찌 잘 해냈습니다. 비록 마케팅 지식은 없어서 여기저기서 본 걸 기반으로 엉성하게 만들어간 듯 했지만, 덕분에 당시는 뭘 보든 인사이트를 잘 도출했던거같습니다. 직장인이 된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의 어떤 갈망이 그런 태도를 만들었는지 부럽네요.
출시를 향해 달려가다
어느 정도 화면은 다 만들어진 뒤부터는 yoo 언니의 질문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각자의 집에 있지만 모두 노트북은 거의 하루 종일 켜져 있었고, 새벽에도 오분대기조마냥 언니의 질문에 답을 해줬습니다. 컬러나 폰트가 안맞춰져있는 등의 디테일 작업은 쉽게 고쳐줄 수 있었지만 가끔 UX에 대한 질문은 조금 어려웠습니다.
진짜 최최종 출시 전 오류 잡기 작업을 앞두고, 만났습니다. yoo 언니가 각자의 귀여운 스티커도 만들어왔더라구요. 이제는 무슨 이슈를 해결했어야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 날의 긴장감과 촉박함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결국 카페에서는 완성하지 못했어요.
완성하고싶은 마음에 결국 저희 엄마 사무실을 밤새 빌리기로 했어요. 절대 밤샘 반대파인 도키언니를 열심히 꼬셔서 엽떡 정식까지 시켜줬습니다. 새벽 2-3시가 넘어갈 땐 살짝 미쳤던거같기도 해요. 꽃남 ost 같은 그 시절 노래를 들으면서 이겨냈던 기억이있습니다. 에러 해결이다 보니, yoo 언니 옆에서 대기타면서 언니에게 필요한 값과 화면만 전달하면 됐었지만, 당시 코드를 수정하고 짜내야했던 yoo 언니에게는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을거같네요. 물론 그래도 언니는 뚝딱뚝딱 잘 해냈습니다. 아쉽게도 해가 뜨고나서도 완성이 되진 않아서,, 언니가 집에서 마저 작업하기로 했어요.
8월 1일 드디어 앱 심사가 완료되고 출시를 했습니다. 팀원 모두가 아이폰을 사용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하다보니, 직접 설치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도 뭔가 앱 시장에 직접 뛰어들다니, 거기에 내가 그린 화면들이 들어가있다니. 기분이 아리송했습니다. 사실 UX 디자이너로서의 뭔가 보다는, 완성과 출시라는 단어에 더 설렌 마음이 컸던거같습니다.
출시한 날에는 기쁜 마음에 번개도 했습니다. 멀어서 오지못한 도키 언니는 노랑컵으로 참석~
잠깐 틈을 빌려 요즘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최근 UX 직무 적합성에 대해서 고민중입니다. 사실 UX 직무를 선택하게됐던 가장 큰 이유는 트리브입니다. 내가 열정을 쏟아서 뭔가를 만들고,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거든요. 트리브 덕분에 취업도 했죠. 비록 실무 작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대학생 4명이었지만, 그만큼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바로 옆에서 소통하면서 각종 툴이나 업무를 탐색하는 과정도 거쳤거든요.
그렇게 취업을 하고, 이제는 큰 제품 내 한두개의 기능을 담당하게되면서 상세한 UX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런데, UX라는 직무를 하기에 제가 그렇게 창의성이 있는 사람인가, 다양한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싶은 고민도 함께 오더라구요. 제가 좋아했던건 팀원들과 토끼같은 자식을 만드는 과정이었던거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UX를 "잘" 하는 것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다른 직무와의 소통에 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백개의 부서와 다양한 세대/직무/성격의 사람들을 마주한 사회에서는 그 자신감을 내밀기도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 직무에 강점이 있는 사람인가? 열정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요즘은 머릿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출시 후가 더 바쁘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기쁜 마음에 여기저기 소문냈더니 기쁜 마음도 잠시, 온갖 곳에서 에러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물론 개발자가 더 바빴지만 이런 저런 이슈들을 보면서 긴장한 탓에 고통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옛날 일이라 디테일한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래도 저 이후로는 좀 더 꼼꼼히 디자인/기능 들을 QA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니 그래도 한층 성장한 지금의 모습이 보이는거같네요. 4년간 프로세스도 점점 탄탄하게 다지고, 그 과정에서 일을 효율적으로/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했던거같습니다.
분량 문제도 있고,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조금 더 유익한 글을 써야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당시의 얼레벌레 열정적인 마음들도 꼭 남기고 싶었기에 전래동화 풀 듯 옛날 얘기를 풀어봤습니다.
고릿짝 시절, 이렇게 어렸던 제가 4년간 UX를 다뤄오며 어떤것들을 해왔는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글로는 https://triv.tistory.com/6 글을 추천합니다. 4년의 여정을 다 담기는 힘들었지만,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최대한 다 담아보려 노력했으니
올챙이 시절의 UX디자이너는 어땠는지를 봐주세요.
4년을 돌아보다 (0) | 2024.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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